만우절 기념으로 풀었던 역할반전 썰 백업!
적폐캐해 노답망상이 다수 함유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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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설거지하다가 접시 깨먹은 예달짱... 자연스럽게 예달이가 깨부순 접시 치워주는 도련님 보면서
'와 도련님은 생활력 강해서 메이드일 해도 잘 하겠다'라는 망상 시작하는 김예달
그 순간 펑! 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메이드복을 입은 도련님의 모습(!)
김예달 도련님이 밖에서 열심히 마작치고 돈 한보따리 따들고 의기양양 돌아오면
사이온지 메이드가 검은 치맛자락 휘날리면서 반갑게 맞아주는 거임
그리고 배시시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지.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도련님. 뭐부터 하실래요? 밥, 목욕, 아니면..."
품속에서 주섬주섬 화투패를 꺼내 내밀면서
"아니면 마작?"
헉 미친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정신차려라 김예달, 순수한(?) 사이온지 도련님을 두고 이 무슨 극악무도한 망상이냐!!
예달은 괜스레 양손으로 뺨을 찰싹 치면서 정신을 추스림
그렇지만 타고난 몽상가인 김예달은
계속해서 메이드x도련님 역할반전 상상을 해버리게 되고
급기야 상상은 꿈의 형태로 변하기까지 하는데...
~예달의 꿈속~
1
내 이름은 김예달. 엄청난 명예와 재력을 가진 김 가문의 고명딸이야. 그런데 1930년대에 돈이 많으려면...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던 걸까 내 부모님은. (...)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자기소개가 아니야. 내가 소개하고 싶은 인물은 따로 있거든.
바로바로, 내 저택의 유일한 남자 메이드인 '사이온지 유우야'군이야.
메이드인데 왜 남자고, 어째서 화족의 성을 가지고 있느냐고? 나도 그건 잘 모르겠어. 내가 너무 고정관념에 휩싸여 있는걸까. 응응. 살다보면 남자가 치마 좀 입을 수 있지. 화족이 청소 일도 할 수 있고. (꿈이라서 상황파악이 안 되는 예달)
그럼 지금부터, 나와 내 메이드의 하루를 살펴보도록 하자!
2
아침. 예달이 햇살 피하려고 이불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뭉기적거리고 있으면
메이드가 칼같이 들어와서 김예달 깨움
"일어나세요. 도련님."
"윽..."
맘 같아서는 더 자고 싶지만
선우진 얼굴 보는 순간 잠이 확 깸... 얼굴에서 빛이 나기 때문에(?) 아 눈부시다
3
밥 먹고 선우진이 다려준 양복 입고
사업 상대 만나러 갈 준비하는 김예달
복잡한 구두끈 묶으면서 낑낑대고 있는데
선우진이 쓰윽 서류뭉치 하나 건네줌
사업 상대에 대해 나름대로 조사해보고
상대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예상해서 스크립트를 짜봤다고 함.
예달: (감격) 당신한테는 도움만 받네요. 고마워요.
도련님의 기쁨이 제 기쁨이라며 생긋 웃는 메이드.
메이드가 이런 식으로 도련님의 사업을 성공시킨 게 벌써 다섯 건이나 됨.
4
선우진 덕분에 이번에도 무사히 거래를 완료함!
원래 기대했던 것보다 세 배나 되는 이익을 얻음
돈도 생겼겠다 바로 도박장으로 향하는 예달
포커에는 재능이 없지만
이번만은 행운의 여신이 제 편을 들어줄 것만 같았음
5
응 아니야
벌었던 돈 다 털리고 터덜터덜 빈손으로 돌아오는 예달
"흐아앙 사이온지쿤~ 나 도박에서 또 졌어ㅠㅠ 요시요시나데나데해줘ㅠㅠ"
"요시요시"
상냥한 메이드는 도련님을 끌어안고 토닥토닥해줌
메이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도련님은
메이드가 순간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전혀 보지 못했음.
선우진은 김예달 마음 추스릴 때까지 달래주고
진정효과가 있는 허브차도 타줌.
솜씨 좋은 메이드가 타준 허브차 홀짝이면서
간신히 침착함 되찾는 김예달
6
"복수전 갑시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
1만원 들고 다시 도박장으로 향하는 김예달
이번에는 메이드도 함께임
선우진은 직접 도박을 하는 대신,
미리 정해놓은 수신호로 예달한테 그때그때 힌트 줌
결과는 대성공!
털린 돈은 물론이고 추가로 50만원까지 더 챙기게 됨
행운의 여신이 아니라 행운의 남신이었구나...
선우진의 등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 같은 착각에
김예달은 은근슬쩍 경건하게 성호를 그음
7
메이드의 가호를 받아서
사업은 사업대로 도박은 도박대로 성공하는 인생
돈방석에 앉은 예달은 부티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냄
외제차를 몇 대씩 뽑거나 고오급 양복을 사지는 않음... 예달은 차나 양복에는 딱히 관심이 없어서
대신 고급 디저트를 냠냠 먹고 향수랑 악세사리 등의 사치품을 구매함
8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예달은 궁금해졌다.
이 메이드는 왜 이렇게 나에게 잘해주는가.
왜 내 재산을 부풀리는 데에 본인이 더 열과 성을 다하는가.
단지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라서? 아니면 뭔가 사적인 이유라도 있는 걸까?
"사이온지군."
"네?"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이유가 뭔가요? 솔직히 메이드가 사업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잖아요."
하하, 사이온지는 듣기 좋은 목소리로 웃었다.
와인잔에 딸기주스를 따라서 예달에게 건넸다.
"좋아하니 그런 거 아니겠어요?"
자신의 잔을 술로 채운 선우진이 퍽 다정한 소리를 내뱉었다.
"예달 도련님을 좋아하고 돕고 싶으니 계속 궁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마음이 있는 곳에 열정도 있기 마련이죠."
"히힛! 이거이거, 고용인한테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고 이렇게 기분이 좋아질 줄은 몰랐는데요!"
예달은 환히 웃으며 딸기주스를 한번에 들이켰다. 설탕을 너무 많이 쏟아부은 걸까, 주스는 지나치게 달았다. 혀끝에 맴도는 아릿한 단맛.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웃는 메이드는 언제나처럼 예뻤으니까.
9
저택의 돈 상당수가 어딘가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저 순진하고 멍청한 도련님은 평생 모를 터였다.
그것은 결코 알려져서는 안 될 비밀.
0-1
"일어나야지, 예달 양."
"윽..."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예달은 긴 꿈에서 깨어났다.
오늘도 멋들어진 양복을 차려입은 저의 고용주가, 상냥한 눈길로 예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예달 양 차 좋아하죠? 이번에 허브티 새로 샀는데 마셔볼래요?"
"아... 감사합니다."
솜씨 좋은 도련님이 타준 허브차 홀짝이면서
알 수 없는 데자뷰를 느끼는 김예달
0-2
"이상한 꿈을 꿨어요."
"응? 무슨 꿈?"
"도련님이랑 저랑 역할이 바뀌는 꿈이었는데.."
예달은 말끝을 흐렸다. 꿈속에서는 분명 즐거웠는데, 깨고 나니까 왜 자꾸 쎄한 기분이 들까.
"...역시 지금이 좋은 것 같아요. 역할 바뀌는 건 싫어..."
예달이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렸다. 선우진이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장난스레 말했다.
"하하, 그런 말 들으니까 좋네. 그래도 내가 나쁜 고용주는 아닌가 봐."
"헤헤..."
예달도 도련님을 따라 말갛게 웃었다.